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캐나다 워홀] 포기, 또 다른 길
    CANADA LIFE 2020. 4. 7. 21:45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포기했다.
    3/19 출국 예정이었고 정확히 이틀전, 17일 캐나다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캐나다 교민 이외 해외입국자들의 입국을 금지시키겠다고 했다.

    17일 아침, 정말 말그대로 자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전 날 일찍 잠이 들어서일까, 일어나보니 이미 기사를 본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의 걱정어린 연락들이 많이 와있었다. 그 소식을 알게 되고 한시간 정도는 정말 “혼자”있고 싶었다. 이미 몇주간 주변 사람들로부터 ‘안가면 안되냐’, ‘너무 위험하다’, ‘다시 생각해봐라’ 등의 말들을 많이 들으며 스트레스도 받았고, 나 스스로도 걱정이 됐지만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굳은 결심을 했었다. ‘해외에서 살아보기’를 꽤나 오래 전부터 꿈 꿔왔었던 나로써는 정말 캐나다에 못가게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조금 힘들었다. 이미 3년 전, 한번의 실패 경험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정말 만반의 준비를 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그때 가도 되지 않겠냐마는, 그렇게 하기에는 언제 잠잠해질지도 모르는 노릇이고, 내가 받은 비자의 유효기간은 5월 중순까지다.ㅎㅎ 코로나19로 인해 유효기간을 늘려준다는 말도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우선은 깔끔하게 ‘캐나다 워홀’을 잊기로 했다.

    3월 17일 이후로 많이 우울한 생활을 했던 것 같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걸으면서 엉엉 운적도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입국 금지 소식을 듣고 잠시 패닉 상태였지만 정신 차려보니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떨어졌던 ‘실내건축기사 실기’를 다시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본가로 내려와서 약 한달간 알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바몬도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 행동은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서 발버둥치려고 뭐라도 하려고 한 것 같다. 알바도 바로 구하고 학원도 바로 다니기 시작했지만 마음 속은 계속 우울감에 빠졌다. 약 3주정도 지난 지금은, 덤덤히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음. 생각해보면 아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꼭 워킹홀리데이가 아니고서라도 나중에 내가 정말 원한다면 또다른 방향으로 길이 생길거라 믿는다.

    —————————————————————

    1. 2019년도 4회차 실내건축기사 실기 시험에 떨어졌었는데, 2020년도 1회차 시험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이 시험도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져서 접수가 가능했다. 코로나로 인해 잃은 것과 얻은 것이 동시에 있네. 하하! 아무튼, 요즘 준비하면서 깨달은게 있는데 작년에 내 마음가짐이 쓰레기였다는거다. ㅋㅋ. 그런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는데 어떻게 합격을 하겠냐. 아무튼 이번에는 꼭 합격하길! 그리고 시험 날짜 또 미뤄지지 않길!

    2. 한번도 입사 이력서를 써본 적이 없었는데, 그것도 한번 써봤다. 어학성적도 없고 자격증도 운전면허증 빼면 하나밖에 없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손해볼건 없으니 경험삼아 한번 써봤다. 나름 ‘첫’ 도전이랄까.

    3. 나 말고도 아주 많은 사람들의 계획이 전부 바꼈다. 물론, 나의 가까운 친구들도. 서로 축축 쳐지기만 해서 독서모임을 결성했다. ‘위기를 기회로!’ 우리 독서모임 이름은 ‘북링’이다 ㅋㅋ 한번의 모임을 가졌고, 지금 두번째 책을 읽는 중인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다. 예전부터 우리는 맥주를 마시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대화하는걸 좋아했는데, 책을 가지고 대화를 하니 더 풍성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뿌듯하다. 사실 과제나 뭐 찾아보는거 말고서야 책 한권을 ‘완독’ 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만큼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책 한권 완독하고 나니,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룰룰.

    4. 티스토리에 글 올리는 것도 3주가 넘도록 안했다. 오늘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으니, 또 틈틈이 써보련다! [캐나다 워홀] 주제로 쓰는건 이 글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 다른 주제가 더 많이 생기겠지, 뭐.


    4월 7일 일기 끝.

    댓글

Jiyeon Choi ㅣ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