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기억] 광교 책발전소INSPIRATION/공간기억 2021. 1. 12. 20:55
2021년 1월 1일.
나의 21년도 첫 방문지는 '광교 책발전소'였다. 가족들과 새해를 맞이하고, 폭식으로 인한 불편한 속을 달래기 위해 엄마와 광교호수공원 산책을 즐기던 중이었다. 엄마가 전부터 '광교 엘리웨이'가 참 잘되어 있다고 했었는데 나도 궁금했던터라, 호수공원 산책겸 한번 들리기로 했다.
그리고 거기서 발견한 책발전소.
처음엔 김소영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서점이라고 해서, '오~ 궁금하다.' 정도였는데 막상 그곳을 방문했을 때 나는 그 공간에 반했다. '좋은 공간이란,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기분이 달라지는 공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책발전소는 딱 그랬다. 책발전소에는 많은 볼거리들이 있었고, 방문자들로 하여금 그 공간에 '머무르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싶게'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나는 그곳에 있는동안 시간이 순삭되어 있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읽을 책을 고르고 있었다.
1. 오상진의 북스타그램, 책에 대한 사장님의 코멘트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오상진의 북스타그램' 코너와 책마다 사장님의 코멘트가 달린 부분이었다.
오상진, 김소영 아나운서의 책에 대한 진심이 그리고 그분들의 코멘트가 달려있는 책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였다. 내가 읽지 않았던 책은 궁금증을 유발시켰고,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는 '오~ 그렇구나, 나는 이렇게 느꼈는데.'하면서 보기도 했다.
2. 곳곳에 있는 명언들
많은 명언들이 있었지만, 나는 지그 지글러의 말이 가장 인상깊어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시작할 때 위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시작하면 위대해진다.' 최근, 머릿속에는 하고싶고 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정리가 안돼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입사후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 일상에 대한 계획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회사 일만으로도 정신없고 힘든데, 주식공부도 해야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꾸준히 내 포트폴리오도 정리해야 하는데.' 하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시작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았던 나에게 이 말은 '2021년에는 차근차근 하나씩 시작해보자'라는 다짐을 갖게 했다. 2021년 파이팅!
책발전소에는 곳곳에 이런 명언들이 붙어있는데, 이것들도 지나다니면서 하나씩 읽는 재미가 있었다. 모든 것들이 깊은 뜻을 가지고 있었기에 혼자 서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책발전소는 여유로운 날 방문해서 머릿속 정리하면서 힐링하기 딱 좋다.
3. 사장님의 손글씨
위 사진들에서만 봐도 알겠지만, 책발전소에는 손글씨가 많았다. 이 외에도 이달의 베스트셀러, 곳곳의 안내문들도 손글씨로 되어있다. 사장님이 직접 한자한자 썼을걸 생각하니, 따뜻함과 진심이 느껴졌다. 아날로그 감성. 너무 좋다. 사장님의 손때가 묻어있는 것 같아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4. 공간 구성
책발전소는 서점겸 카페다.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경우, 많은 브랜드들이 함께 입점해 있어 카페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공간에서 음료도 마시고 책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책 계산대 따로, 카페 계산대 따로이지만 책발전소는 책을 계산하는 곳과 음료를 주문하고 계산하는 카운터가 같이 있었다. 이 날 나는 계획에 없던 책을 구매하게 되었는데, 계산하는동안 새로운 경험을 했다. 계산대 넘어로는 바리스타들이 음료나 빵을 만들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들을 보면서 음료나 빵이 아닌 책을 구매했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카페'라는 공간에 책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았다. 나는 이 느낌이 너무 신기했는데, 이 공간에 처음 들어왔을 때 책발전소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처음 들어서면 책들이 가장 먼저 보이고, 커피냄새가 났다. 그래서 서점 속에 카페가 있다고 느껴졌는데, 계산하고 밖을 나설 때는 카페에서 책을 산 기분이 들었다. 카페와 서점이라는 모호한 경계가 만들어내는 공간에 대한 인상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이 공간을 기억할 수밖에 없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지침에 따라, 현재 모든 카페 내에서 취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아, 그리고 포스팅할 생각이 없었어서 사진을 세장밖에 안찍어뒀는데, 그것도 글 쓰다보니 너무 아쉬웠다. 얼른 코로나가 끝나서 다시 여길 방문해야지.